고전역학

에너지와 해밀토니안 사이의 관계 - 에너지 보존의 조건(학부 수준)

아끌 2022. 7. 4. 03:35

고전역학을 배우기 전, 그러니까 라그랑지안과 해밀토니안에 대해서 주워듣기만 했던 때는 순진하게도 '해밀토니안은 운동에너지와 퍼텐셜에너지의 합이라던데, 그러면 그냥 역학적 에너지, 나아가 에너지와 같은 개념 아닌가?' 라고 착각했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럴리가 없으니 해밀토니안에 대해 뭔가 잘못 알고 있는게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지적 게으름을 한껏 부려 고전역학을 수강한 지금에서야 알게 된 둘의 관계를 이 포스팅을 통해 정리해본다.

 

우선 해밀토니안이 어떻게 정의되느냐부터 시작해보자. 학부 고전역학에서는 라그랑지안 \(L = T - U \) 을 정의한 뒤 닫힌계[각주:1]에서의 라그랑지안의 조건으로부터 해밀토니안을 정의한다[각주:2]

 

닫힌계를 기술하는 라그랑지안은 시간에 explicit하게 dependent하지 않아야 한다[각주:3]. 관성 좌표계에서 시간이 homogeneous[각주:4] 하기 때문이라는데, 운동에너지 \( T=T(\dot{q_i}) \)와 퍼텐셜 에너지 \(U=U(q_i)\) (이 경우는 뒤에 설명하겠지만 '잘 정의'된 경우(이자 흔히 보이는 꼴))라는 꼴을 생각해보면 시간에 explicit하게 dependent한 라그랑지안을 떠올리는게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각주:5]. [?]아무튼 이를 수식으로는 다음과 같이 쉽게 쓸 수 있다. $$ \frac{\partial L}{\partial t} = 0 $$ 따라서 라그랑지안의 total derivative는 다음과 같이 구해진다. $$ \frac{dL}{dt} = \sum_{j} { \frac{\partial L}{\partial q_j} \dot{q_j} } + \sum_{j} { \frac{\partial L}{\partial \dot{q_j} } \ddot{q_j} } + \cancelto{0}{\frac{\partial L}{\partial t}} $$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으로부터 첫 항은 \(\frac{\partial L}{\partial q_j} \dot{q_j} = \frac{d}{dt}\frac{\partial L}{\partial \dot{q_j}} \dot{q_j} \) 이므로 위 식은 $$ \frac{dL}{dt} = \sum_{j} { \frac{d}{dt}\frac{\partial L}{\partial \dot{q_j}} \dot{q_j} } + \sum_{j} { \frac{\partial L}{\partial \dot{q_j} } \ddot{q_j} } = \sum_j {\frac{d}{dt} \left(\dot{q_j} \frac{\partial L }{\partial \dot{q_j} } \right) } $$

이항한 뒤 나오는 d/dt 안의 항을 해밀토니안(Hamiltonian)으로 정의한다[각주:6]. $$ H \equiv \sum_j {\dot{q_j} \frac{\partial L }{\partial \dot{q_j}} }- L $$

따라서 해밀토니안은 일반적으로 에너지와는 다르다! 이것으로 지난 세월 동안 가져온 해밀토니안=에너지라는 오개념을 한방에 끝냈다. 그렇지만 저 앞의 항이 운동에너지랑 정말로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 차원을 보면 운동에너지와 비례하고,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든다. 사실, 둘이 같아질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한다.

둘의 관계를 알아보겠다는 것은 일반화된 속도와 운동에너지의 관계식을 찾겠다는 것이다. 계의 운동에너지를 우선 직교좌표계에서의 속도로 표현해보자. $$ T = \frac{1}{2} \sum_{\alpha = 1}^n \sum_{i=1}^3 m_{\alpha} \dot{x}^2_{\alpha,i} $$ 이 때 각 \( \alpha \)는 계의 입자 하나를 의미하고, \( i \)는 직교좌표계에서의 한 방향을 의미한다.

이제 여기에 \( x_{\alpha, i} = x_{\alpha, i} (q_j, t) \) 를 시간 미분한 결과를 대입해 계산과의 혈투를 벌이고 복잡한 계수를 a,b,c로 치환하면 다음의 결과를 얻는다. $$ T = \sum_{j,k} a_{jk} \dot{q_j} \dot{q_k} + \sum_j b_j \dot{q_j} + c $$

여기서 중요한 가정이 등장한다. 한국어로 마땅한 번역이 없는 Scleronomic constraints는 위의 복잡한 운동에너지 식을 간단히 정리하는데 사용된다. 어떤 계가 scleronomic하다는 것은 시간이 \( x_{\alpha, i} \) 식에 explicit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식으로는 \( x_{\alpha, i} = x_{\alpha, i} (q_j) \) 또는 \( \frac{\partial x_{\alpha, i} } { \partial t} = 0 \) 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조건 하에서, 치환 전 원래 계수의 식을 보면 \( b_j = c = 0 \)이 되고, 운동에너지 T는 첫 항만 남아 homogeneous quadratic function이 된다. 이 식으로부터 \( \sum_{l} {\dot{q_l} \frac{ \partial T}{\partial \dot{q_l}} } \) 의 꼴을 인위로 만들어주면 이것이 2T와 같아짐을 보일 수 있다. 이는 Euler's theorem의 특수한 경우이기도 하다[각주:7].

 

이제 거의 다 왔다. 운동에너지 항을 정리할 방법을 얻었으니, 이제 퍼텐셜에너지 항을 정리할 방법을 알아보자. 여기서는 큰 힘이 필요치 않고 단지 몇 가지 가정만 도입하면 된다. 퍼텐셜 에너지가 일반화된 속도와 시간에 대해 explicit하게 dependent하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즉 \( U = U (x_{\alpha, i}) = U(q_j) \) 이다. 여기서 두번째 등호는 직교좌표계와 일반화 좌표 간의 변환이 시간에 독립적이라는 가정을 통해 보장된다[각주:8]. 따라서 다음을 얻는다. $$ \displaylines{ H = \sum_{j} { \dot{q_j} \frac{\partial L}{\partial \dot{q_j}} } - L = \sum_{j} { \dot{q_j} \frac{\partial (T-U)}{\partial \dot{q_j}} } - (T-U) \\ = \sum_{j} { \dot{q_j} \frac{\partial T}{\partial \dot{q_j}} } - (T-U) = 2T-(T-U) = T+U = E }$$

 

따라서 우리는 해밀토니안이 에너지와 같아지는 조건을 찾았다! 앞서 닫힌계에서의 해밀토니안은 시간에 대해 상수이므로, 해밀토니안이 에너지와 같아지는 경우 에너지 또한 시간에 대해 상수가 된다. 즉, 에너지가 보존된다.

 

마침내 우리는 에너지가 보존되는 (충분)조건을 찾아내었다. 우선 1) H=E 이고 2) H가 시간에 대해 상수여야 한다. 1)과 2)는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조건으로, 유심히 살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다. 하나씩 뜯어가며 어떤 가정들이 들어갔는지 확인해보자. 먼저 지금까지 확인한 1)을 성립시키는 조건[각주:9]은 \( H \equiv \sum_j {\dot{q_j} \frac{\partial (T-U) }{\partial \dot{q_j}} }- (T-U) \)의 첫 항이 2T가 되고, 두번째 항은 소거되는 것이다. 전자는 scleronomic constraint를 통해 보장되고, 후자는 퍼텐셜에너지 U가 일반화된 속도와 시간에 explicitly dependent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통해 보장된다.

 

2)는 라그랑주 방정식이 성립하고, 라그랑지안이 시간에 대해 상수인 경우 보장된다[각주:10]. 후자의 경우 닫힌계임과 라그랑지안이 시간에 대해 상수임은 필요충분조건이므로, 계가 닫힌계라는 조건으로 바꿔쓸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아직 언급하지 않았는데, 2가지 조건을 요구[각주:11] 한다. [1] 계의 모든 힘(구속력 제외)은 퍼텐셜을 갖는다(즉 보존력이다). [2] 계의 구속 방정식(equation of constraints)이 입자의 위치와 시간의 함수이다. 즉 \( f_k (x_{\alpha, i}, t) = 0 \) 이다.

 

조건 [2]를 holonomic constraints라고 하며, 통상의 고전역학 진도에 따르면 라그랑주 방정식이 해밀토니안보다 (당연하게도) 먼저 나오기에 사실은 매우 초반부터 소개되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holonomic 조건은 둘로 나눌 수 있는데, 만약 어떤 조건이 holonomic하면서 시간에도 explicitly dependent하지 않는다면 이를 scleronomic 조건이라 하고(즉 holonomic constraint의 부분집합이다!), 그렇지 않다면 rheonomic 조건이라 한다. 더 이야기할 거리가 있지만, 이는 추후 다른 글로 쓰도록 하겠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1) 에너지와 해밀토니안이 같아지고 (2) 해밀토니안이 시간에 대해 상수면 에너지가 보존된다. (1)의 경우, 계가 scleronomic하며 퍼텐셜에너지가 속도와 시간에 명시적으로 비의존(즉 일반화된 좌표에만 의존[각주:12])하는 함수면 (1)을 만족시킨다. 이는 충분조건이다. (2)의 경우, 계가 닫힌계이고, 계의 모든 힘(구속력 제외)이 퍼텐셜을 가지며, holonomic하면 된다. 이 또한 충분조건이다. 겹치는 조건을 고려하면, 계가 scleronomic한 닫힌계이고 구속력을 제외한 계의 모든 힘이 퍼텐셜을 가지며 속도와 시간에 explicitly independent하면[?] 에너지는 보존된다.

 

추가할 것: 헷갈리는 [?] 부분들과, 라그랑주 방정식이 성립하는 조건들이 확장되는 경우들에 대한 조사. 예컨대 nonholonomic한 구속조건 가지는 경우도 해밀턴의 원리가 성립하는 경우가 있다.

오직 보존력만 존재할 때 라그랑주 방정식이 성립하고, 그래야 H=E를 도출할 수 있는데, 비보존력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유사 퍼텐셜을 도입하여 라그랑주 방정식을 유도(단 우변이 0이 아닌)할 수 있고 이에 따라 H=E라는 조건이 만족된다면dH/dt = dE/dt 도 구할 수 있다.

 

참고할만한 글: 라그랑지안과 보존정리1 : 시간과 총 에너지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참고문헌:

Thornton&Marion, Classical Dynamics, 5th edition

  1. 닫힌계(closed system)의 정의는 물리학의 분야마다도 다른데, 예컨데 열역학에서의 닫힌계는 외부와의 물질의 교환은 없지만 에너지의 교환은 가능한 계를 말한다(둘 다 불가능한 경우는 고립계라 한다). 여기서의 닫힌계는 외부와의 상호작용이 없는 계를 말한다. [본문으로]
  2. 하지만 이는 단지 motivation을 위한 것일 뿐 닫힌계가 아니더라도 해밀토니안을 정의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Goldstein의 교재에서도 해밀토니안을 정의할 때 닫힌계라는 조건을 도입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3. if and only if 라고 한다.Lagrangian mechanics - Wikipedia [본문으로]
  4. 시간이 homogeneous하다는 것은 어떤 시각에서도 물리 법칙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5. 열린계의 경우는 그럴 수도 있다는 건가? 이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그런 라그랑지안은 애초에 motion을 기술하지 않는다는 글도 있던데 이건 아닌거 같고... 마찰력이나 저항력이 존재해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는 열린계의 경우는 관찰자의 속도에 따라 에너지 손실의 크기도 달라지게 보일 수 있는데 이게 반례가 될 수 있으려나? 그런데 그 마찰하는 대상도 그 속도로 움직이게 되니까 그 마찰의 상대속도는 관찰자마다 동일해지고 그러면 손실의 크기도 동일하다. 결국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려면 시공간 자체에 문제(nonhomogeneous)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아직 직관적으로 와닿는 예시가 떠오르지 않는다... [본문으로]
  6. 따라서 닫힌계에서의 해밀토니안은 시간에 대해 변하지 않는 상수(constant in time)이다. [본문으로]
  7. 사실 오일러의 이름이 붙은 정리가 너무 많아서 저렇게만 써놓으면 무슨 정리인지 알기가 힘들다... 여기서 말하는 정리는 다음의 정리.Homogeneous function - Wikipedia [본문으로]
  8. 즉, scleronomic을 말한다. 구속조건이라 하면 좌표의 자유를 제약하는 조건으로, 직교좌표계와 일반화 좌표간의 변환은 이 구속조건으로부터 얻어진다. 구속력(force of constraint)은 Lagrange undetermined multiplier로부터 얻어지는 것으로, 여기서 말하는 구속조건(constraints)과는 다르다. [본문으로]
  9.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임에 유의하라. [본문으로]
  10. 이 역시 필요조건이 아니라 충분조건이다. 가령 닫힌계가 아니더라도 해밀토니안은 보존될 수 있다. [본문으로]
  11. 필요충분조건이다. Goldstein, Herbert (1980). 《Classical Mechanics》 (영어) 3판. Addison Wesley. 45쪽 [본문으로]
  12. 일단 내가 봤던 예시들은 다 그렇던데 혹시나 이상한 예시가 있을수도... [본문으로]